월요마당 - 강수경 ( 프로에듀(동아)사회교육원 부원장 )

교육까지 ‘패스트’해선 곤란하다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걸로 해주세요.” 교육의뢰 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가장 자주하는 요구사항이다. 물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내용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교육하는 이의 실무경력 여부와 통찰력, 수준과도 관련되어 있다. 이론을 이론적으로 전달하는 교육은 ‘why’는 있는데 ‘how’가 없는, 그래서 교육생들의 머릿속에서 ‘so what?’을 맴돌게 한다. 다들 종잡을 수 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패션업계의 현실 속에서, 교육이 끝난 다음 날 매장에 가서 어제 배운 내용대로 하니 바로 팔리더라 하는 경우를 만들고 싶은 마음들일 것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장상황, 그 이상으로 소비자 마음, 고객 반응, 매장 현실의 다양성은 더더욱 방향성을 잃게 만든다. A 브랜드가 그렇게 하고 있어서 매출이 좋다던가, 지금 현재 대부분이 이 방법으로 하고 있다던가, 저런 경우에 저렇게 해결한다는 등의 사례 적용 방식 내용은 영원불변의 법칙도 아니며,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절대적 방법도 아니다. 지역이 다르고, 상품이 다르고, 매장현실이 다른데 어떻게 똑같은 공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본질에 대한 이해가 그래서 중요하다. 그리고 교육받는 사람, 본인 스스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응용과 차별화, 개성은 기본을 충실히 이행하고 난 후 나오는 것이다. 단기적 해답에 급급한 표면적이고 결과론적인 순간적 접근은 외부나 내부 상황이 달라졌을 때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차별화, 남과 다름은 지금 현재 성공한 것이나 최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결코 이룰 수 없다. 궁극적으로 기존형태를 답습할 뿐이고 전체적으로 평준화, 동질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필자는 교육생들의 현재매장 사진을 통해 문제인식을 통한 해결방법을 찾는 과정을 다룬다. 그리고 일방적 설명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해답을 유도하고 스스로 고민하고 사고하게 한다. 고민을 하면 방법이 나온다. “나는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니다. 다만 문제가 있을 때 남들보다 오래 생각할 뿐이다”라고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실제로 이런 과정을 통하면 꽤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오며, 제대로 고민을 하면 전문가 수준의 예리한 분석도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곤 한다. 이렇게 나온 제안들이 본사에 전달되고 현실에서 적용될 때, 그래서 브랜드 이미지 상승과 매출증가로 이어질 때 교육의 성과는 극대화된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것이 본인 매장, 더 정확히는 본인의 브랜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이루어져야 제대로 된 목소리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에 대한 이해는 일관되고 지속적인 공유,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통해 전달될 수 있다. 패션에서의 교육은 직원들이 자사 브랜드에 대해 이해하고, 어디에 가치를 두고 일할 것인가에 관해 깨닫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가장 최악은 본사의 브랜드에 대한 일관성이 흔들릴 때이다. 이때 매장은 풍랑을 만난 배처럼 방향을 잃게 되고, 고객이 느낄 때 컨셉이 흔들리고 차별화가 없는 브랜드로 비춰지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직원도 고객도 떠나게 된다.
서로 유사하게 느껴지는 수많은 상품과 매장 속에서 본인 브랜드만의 차별화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고객에게 직간접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그때그때 유행에 호소하여 호황을 누리고 있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그러나 패스트 패션 의류들은 유행이 지나면 한 시즌도 채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패션에서 ‘fast’가 뜨고 있다고 해서 교육까지 ‘fast’ 해서는 안 될 일이다.